파키스탄 정부 “차량 선루프에 머리 부딪쳐 숨져” 부토측 “목 뒷부분 총탄 관통” 병원 “총상 없었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정부 발표와 병원 측 발표, 부토 전 총리 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려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파키스탄 내무부는 28일 부토 전 총리가 총이나 폭탄 파편에 맞아 숨진 게 아니라 차량 선루프에 부딪쳐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폭발 소리에 급히 차량 안으로 몸을 숙이다 선루프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 사인이라는 설명이다. 자베드 이크발 치마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시 결과 부토 전 총리의 몸에서 총상이나 폭탄 파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 측은 정부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BBC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가 이끌었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셰리 레만 대변인은 “부토 전 총리의 시신을 씻을 때 참여했는데 목 뒷부분에서 앞으로 관통한 총상이 뚜렷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발표는 앞서 부토 전 총리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라왈핀디 병원 측이 “폭탄 파편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던 사망 원인과도 다르다. 다만 병원 측도 “총상 흔적은 없었다”고 전해 부토 전 총리 측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반박이 나오자 치마 대변인은 “PPP 측이 원한다면 묘를 파헤친 뒤 재조사를 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돈(Dawn) TV는 29일 일반인이 촬영한 사건 현장 화면을 공개하면서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화면에는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폭발이 일어나기 전 부토 전 총리 쪽으로 총을 겨냥했고 이어 부토 전 총리의 몸이 아래로 향하고 있다. 이는 부토 전 총리가 폭발음이 들린 뒤 몸을 피하려다 선루프에 부딪쳤다는 정부 측의 발표와 배치된다. 한편 이날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알 카에다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메수드의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와 군, 그리고 정보기관이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