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黨’ 후계자에 19세 아들 선출

유언장서 지명… 공동의장 남편이 당분간 섭정할듯

27일 사망한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외아들 빌라왈 자르다리(19) 씨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최대 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의장이 됐다.
PPP는 30일 부토 가문의 고향인 남부 나우데로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부토 전 총리의 후계자로 빌라왈 씨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PPP는 빌라왈 씨의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1) 씨를 당 공동 의장에 임명했다.
부토 전 총리 대변인인 셰리 레만 씨는 “빌라왈 씨가 (대학) 공부를 마친 뒤 당을 이끌도록 하라고 부토 전 총리가 유언했다”며 “(어린) 빌라왈 씨에게 당의 지도권을 통째로 넘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빌라왈 씨가 새 의장이며 (아버지) 자르다리 씨는 공동 의장으로서 그를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PP는 부토 전 총리의 아버지이자 1979년 처형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이 1967년 창당한 당으로 빌라왈 씨가 의장이 됨으로써 부토 가문이 3대째 당을 이끌게 됐다.
빌라왈 씨는 1988년 부토 전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해 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되기 한 달 전에 태어났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올해 영국 옥스퍼드대에 입학한 그는 일찌감치 정치 명가인 부토 가문의 후계자로 점쳐져 왔다.
부토 전 총리보다 3세 연하인 자르다리 씨는 하원 의원 출신으로 부토 전 총리의 두 번째 임기 중 환경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의 재직 시절 정부 사업을 수주한 회사들에 거액의 커미션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현지 언론에서는 ‘미스터 10%’로 불린다. 그는 부패 살인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8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 2004년 석방됐으며 그의 이러한 행실은 1996년 부토 전 총리가 실각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빌라왈 씨가 의장이 되고 자르다리 씨가 ‘섭정’을 하더라도 두 사람이 PPP의 총리 후보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29일 보도했다.
한편 이날 공동 의장에 임명된 자르다리 씨는 “PPP는 다음 달 8일 치러질 총선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또 다른 야당을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에게 총선 거부 선언을 번복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PPP가 총선에 참여할 경우 총선 거부 방침을 번복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