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고용 쇼크’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4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말을 쉬고 7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고용지표는 향후 미국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
○ 아시아 증시 ‘블루 먼데이’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4일)보다 32.76포인트(1.76%) 떨어진 1,831.14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4996억 원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해 지난해 12월 18일(6259억 원)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팔아 치웠다. 개인투자자가 2795억 원, 기관투자가가 438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입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7.48포인트(1.04%) 내린 711.77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 역시 동반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0.86엔(1.30%) 하락한 14,500.55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337.73포인트(4.11%) 폭락했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금융주가 급등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31.77포인트(0.59%) 상승한 5,393.34로 마감했다.
국내 외환시장도 출렁거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2원이 오른 940.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서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달러화 수요가 증가했던 것.
○ 미국 고용지표 충격
아시아 증시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예상보다 악화된 미국의 고용지표였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4.7%였던 실업률이 12월에는 5%로 상승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발생했던 2005년 11월 이래 최고치였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또 비농업부문의 신규 고용자 수는 전달보다 1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4년 4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1만8000명은 시장 예상치(7만 명)를 훨씬 밑돈 수치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이는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10만 건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신규 취업자 수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 가계 소비 및 경기 침체 우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분산투자로 리스크 관리해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지표 부진을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자금대출) 부실 사태의 전개에 따른 잔 펀치를 맞아 피로감이 누적된 주식시장이 미국 경기 둔화 소식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때문에 시장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고용지표의 악화는 FRB에 1월 말 금리 인하의 명분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에 미국 경기의 흐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증권 신상근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펀드는 미국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인도나 신흥시장 등 해외 펀드 쪽으로 분산투자하는 게 낫고, 주식을 팔아 일정 자금을 안정적인 정기예금으로 돌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권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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