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경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검은 돌풍’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조직력과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여부다.
8일 실시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의원은 힐러리 의원을 여유 있게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2연승 달성은 물론이고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붙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의 돌풍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 바람’이 부는 세 가지 이유=민주당이나 공화당 지지가 아닌 ‘무당파’를 자임하며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오바마 지지로 기울고 있다. 최근 CNN 조사에 따르면 뉴햄프셔 주 전체 유권자의 45%가 무당파로 이 중 34%가 오바마 의원을, 29%가 힐러리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현장 분위기도 오바마 쪽이다. 5일 오바마 의원의 뉴햄프셔 내슈아 유세에는 3000명이 몰려들었다. 반면 힐러리 의원은 인접 시인 콩코드 유세에서 750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여성 대통령보다는 흑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오바마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이 지난해 12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국 유권자의 60%는 ‘흑인 후보라도 찍을 것’이라고 답했다. ‘찍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반면 ‘여자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49%, ‘안 찍겠다’는 응답자는 40%였다.
오바마 캠프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할 경우 ‘힐러리 대세론’을 무력화하고 ‘오바마 대세론’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찻잔 속 태풍’으로 보는 세 가지 이유=오바마 의원은 초반 기선을 제압하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만인의 적’이 돼 버린 것이 큰 부담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물론이고 공화당 후보들마저 일제히 ‘오바마 때리기’에 나서 극심한 견제가 예상된다.
힐러리 의원에 비해 허약한 조직력도 약점이다. 경선 초반 분위기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의원은 60여 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힐러리 의원에게 지지의사를 표명한 대의원은 160여 명이다.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는 전국 지지율에서 힐러리 의원은 40% 초중반으로 오바마 의원(20%대 초중반)을 여전히 앞서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다 해도 본선에서 보수 기독교인들을 대표하는 백인 공화당 후보와 맞서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무시할 수 없다. 오바마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또 다른 근거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맨체스터=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미국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 후보별 지지율 | |||
▽공화당 (단위: %) | |||
MSNBC (1월 2∼4일) | CNN (1월 4,5일) | 블룸버그 (1월 4,5일) | |
존 매케인 | 32 | 33 | 39 |
미트 롬니 | 24 | 27 | 25 |
마이크 허커비 | 12 | 14 | 14 |
▽민주당 (단위: %) | |||
MSNBC (1월 2∼4일) | CNN (1월 4,5일) | 블룸버그 (1월 4,5일) | |
버락 오바마 | 33 | 33 | 38 |
힐러리 클린턴 | 31 | 33 | 26 |
존 에드워즈 | 17 | 20 | 20 |
▼힐러리 ‘말만 앞선 오바마’ 물고
줄리아니 꺼리던 인터뷰 응하고▼
흔들리는 대세론… 대책 고심
“선거운동은 시(詩)지만 국정은 산문(散文)입니다. 나는 (변화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일궈내는 사람입니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우리는 처음부터 비재래식(unconven-tional) 선거 전략을 택했고 그것이 옳다는 게 다음 달에 증명될 겁니다.”(루돌프 줄리아니 공화당 후보)
1등 피로증후군일까.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지켜온 힐러리 후보와 줄리아니 후보의 당내 경선 초반 성적표가 초라하다. 두 후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6일 뉴햄프셔 주 내슈아의 노스고교 체육관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힐러리 후보는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연설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후보를 겨냥한 것.
힐러리 후보 진영의 위기 타개책은 ‘변화’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오바마 후보를 언행이 불일치한 사람으로 공격해 ‘검증된 후보’로서 자신을 부각하는 것이다.
한편 줄리아니 후보는 이날 뉴햄프셔 주 경찰자선공제회의 지지 선언 행사에 참여해 경선 초반의 부진이 경쟁자들과는 달리 경선 중반에 주력한다는 ‘비재래식’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초반 부진의 진짜 원인은 유권자들 속으로 파고들어 몸으로 부닥치는 걸 꺼리는 성격 탓’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방도시를 돌기 시작했다. 이혼 등 사생활이 거론될까봐 TV 출연을 꺼려왔지만 최근엔 주요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맨체스터=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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