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진통 딛고 눈부신 변신… 시민들 표정 밝아져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동유럽 ‘시장경제 20년’‘성장의 열매’ 무르익다

1988년 폴란드 민주화 운동이 발화했던 그단스크 시.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약 290km 북쪽에 있는 이곳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지도상으로는 3시간 거리였지만 자동차로 무려 6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왕복 2차로에 곳곳이 움푹 파인 도로 때문이었다.

폴란드에서 도시 사이의 이동은 고역이었다. 체제전환 초기에 좌우파 간 정권교체로 혼란을 겪으면서 열악한 인프라 사정과 취약한 산업기반을 개선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같은 침체만이 폴란드와 다른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오늘의 모습은 아니다. 2004년 10개국, 2007년 2개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제2의 체제 변화’를 겪은 뒤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눈부신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10월 총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변화의 기류에 올라탔다.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는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국내시장 보호정책을 뒤집고 EU 통합 중시, 친기업 및 외국 투자 유치 장려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 부흥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2007년 6.5%에 이어 올해도 5.7%의 경제성장이 예상되지만 예상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밝은 미래에의 기대는 시민들의 표정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단스크에서 만난 안제이 시츠만(49) 씨는 “EU 가입은 시장경제 도입 당시처럼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지만 폴란드의 미래에 밝은 빛을 던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체제 전환을 경험한 모든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게 장밋빛 미래만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불가리아는 최근 생산직 근로자 임금 급등과 연 10% 이상 물가 상승으로 성장잠재력이 잠식되는 등 국가별로 표정은 엇갈린다.

이시형 주폴란드 대사는 “지도층의 비전과 미래를 향한 경제정책 방향이 체제 전환 국가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등 옛 공산권 현지 취재를 통해 이들이 겪은 체제 변화 20년의 경험과 시행착오, 미래를 향한 비전을 소개한다.

바르샤바·그단스크=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소피아=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