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바디우(사진) 파리고등사범학교(ENS) 철학 교수는 최근 펴낸 ‘사르코지는 무엇의 이름인가’라는 책에서 “사르코지는 두려워하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회의 이름”이라며 “오늘날 프랑스 사회는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향해 폭력을 가할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페탱 장군을 거론하면서 “페탱 장군은 전쟁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1940년대 프랑스가, 사르코지는 변하는 사회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프랑스가 뽑은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바디우 교수는 페탱 장군과 사르코지 대통령을 프로이트의 환자였던 ‘쥐 사나이(Rat Man)’에, 그 추종자를 소문자 ‘r’로 시작하는 ‘쥐들(rats)’에 비유했다.
바디우 교수는 수많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낸 페탱 장군이나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고 이민계 청소년에게 무관용으로 일관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똑같이 ‘국가, 노동, 가족’의 신성(神聖) 가치를 높이 내세우는 모습에서 ‘가학 충동을 숨기고 누구보다 결백해 보이려 노력하는’ 강박신경증 환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간 ‘르 몽드’와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피에르 아술린 씨는 “나도 사르코지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비판의 정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정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올해 70세인 바디우 교수는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 화려한 별들이 사라진 프랑스 철학계에 마지막 남은 탈구조주의 철학의 거장으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는 극좌 마오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추상적 내용으로 가득 찬 그의 저서는 전문 서점에서 수백 부가 팔리는 것이 고작인데, 이번 책은 일반 서점에도 등장했고 베스트셀러 순위에까지 올랐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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