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유럽 강세 뚜렷 한국 2곳 228위 안에
세계의 여론 형성과 정책 결정에서 ‘싱크탱크(think tank)’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아시아 지역의 싱크탱크는 아직 드물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싱크탱크의 역량을 키워 지구온난화 에너지안보 환율문제 등 글로벌 이슈를 스스로의 시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수 싱크탱크 30개 중 아시아 소재는 5개뿐=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는 최근 전 세계 5080개 싱크탱크 가운데 우수 싱크탱크를 선정해 발표했다. 싱크탱크를 연구하는 학자와 싱크탱크 간부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주요 언론에 싱크탱크가 인용되는 빈도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
FPRI는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상위 순위를 독차지하지 않도록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그 결과 미국의 30대 싱크탱크에는 카네기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헤리티지재단, 랜드연구소, 미국기업연구소(AEI) 등이 선정됐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을 대상으로 10대 싱크탱크를 집계한 결과는 유럽에서 7곳이 이름을 올렸다. 벨기에의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와 국제위기감시기구(ICG),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왕립국제관계연구소(RIIA),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FIIR), 독일정치경제연구소(SWP), 러시아의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등이다. 나머지 3개는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와 중국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SIIS), 이스라엘의 자피전략연구센터(JCSS)다.
상위 30대 싱크탱크 순위에는 유럽 지역에서 20개가 선정됐고 아시아 지역 싱크탱크는 5개였다.
한국 싱크탱크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2개가 228개의 우수 싱크탱크 후보에 포함됐지만 상위 랭킹에는 들지 못했다.
▽서구의 시각으로 해석되는 아시아=싱크탱크는 ‘정책’과 관련된 연구와 조사를 한다는 점에서 학술단체나 기업연구소와 구분된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책을 만들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FPRI의 조사에 따르면 설립연도가 확인된 전 세계 싱크탱크 3794개 중 2547개(67.1%)가 1980년 이후 설립됐다. 미국 STP경제연구소의 수전 트림배스 소장은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의 의미를 설명해 줄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에서만 많게는 하루에 약 200건의 싱크탱크 관련 행사가 열려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듯 아이디어와 의견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싱크탱크가 없는 지역은 국제적인 정책과 여론 형성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구촌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정작 아시아에 관한 주요 연구는 서구 싱크탱크들이 한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장피에르 레만 교수는 이 신문에서 “아시아에 ‘탱크’(기관)는 많지만 ‘싱크’(연구)는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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