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에도 먹구름
미국 주택경기 침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소비침체로 확산되면서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악화 일로에 있는 기업실적, 소비침체, 고용시장 둔화 등 최근 발표되는 지표가 대부분 부정적이어서 이제 미국의 경기침체는 그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넘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 필라델피아 1월 제조업지수 6년래 최저
17일 미국 제조업 경기의 지표 역할을 하는 필라델피아 지역의 1월 제조업지수가 6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뉴욕 증시가 폭락했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경영난이 금융업에 이어 이제는 제조업에도 깊숙이 파급됐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17일 미국의 경제 전문 케이블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미국 경기가 좋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6개월 내지 12개월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 사라져… 미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부심
이처럼 부정적인 경기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의회 등 미국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주택경기 침체가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통계로 판단해 보면 현재 미국 주택시장은 연착륙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요즘 미국에서 이 같은 낙관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공식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단기 긴급대책으로 개인에 대한 세금 환급과 기업 설비투자 공제 확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언론은 백악관과 의회가 합의한 단기부양책 규모가 1000억∼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신흥시장도 안전지대 아니다
미국의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경제가 어렵더라도 중국 등의 경제가 좋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른바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 현상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과 태국, 터키, 브라질 증시가 8% 이상 떨어졌으며 모건스탠리의 인터내셔널이머징마켓인덱스(MSCIEMI)도 7.9% 하락했다. 신흥시장이 미국 증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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