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비에 다르코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최근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의 내용을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로제 게스네리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2월 초부터 검토에 들어가도록 했다.
프랑스에서 교과서는 정부의 검정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교과서 내용에 간섭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위원회를 통해 검토 작업을 벌인 뒤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여론을 통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동안 계속돼 온 경제 교과서에 대한 논란에 최근 거물급 좌파 인사인 사회당의 미셸 로카르 전 총리가 가세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됐다. 로카르 전 총리는 “경제 교육이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재앙’이라고까지 불렀다.
▽시장경제에 적대적인 경제 교과서=마냐르 출판사의 경제 교과서는 “기업의 리스크는 점점 더 노동자가 진다. 노동에 대한 보상은 그 실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영진은 회사의 전략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 확실한 보상을 받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교과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업을 언급하기도 전에 실업과 그로 인한 불안을 30쪽에 걸쳐 얘기한다. 2학년 때도 기업은 거의 다루지 않고 3학년에 가서야 비로소 언급한다. 그 내용도 기업가와 주주를 희화화하는 내용이 많다.
하티에 출판사의 경제 교과서는 기업에 대해선 30쪽 정도를 할애한 반면 시장 실패 시 국가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0쪽을 할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사가 여러 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시장에서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 좌파 성향의 교사가 많다 보니 교과서 시장도 반자유주의적 교과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 학부형은 18일자 일간 르 피가로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모두 교사에게서 마냐르판 교과서를 배우도록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반(反)세계화 외치는 역사 교과서=르 피가로는 이날짜에서 반세계화 운동을 지지하는 역사 교과서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푸세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는 “반세계화 운동은 자유주의 논리에 위협받는 모든 문화의 생존 권리를 방어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마냐르판 역사 교과서는 미국을 다루면서 “경제적 자유주의는 사회적, 지리적 분절이라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적고 있다.
역사 교사인 바르바라 르페브르 씨는 “교과서는 부상하는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고 세계화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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