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지방선거 左風 어쩌나”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사민당-좌파당 약진… 대연정 체제 위기

독일 정치에 ‘좌파 바람’이 불면서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7일 독일 헤센 주와 니더작센 주에서는 2005년 9월 총선 이후 2년여 만에 선거가 실시된다. 프랑크푸르트가 속해 있는 헤센 주는 독일의 경제 중심지로 정치 비중이 특히 높은 곳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 소속 롤란트 코흐 헤센 주 총리는 3기 연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18일 발표된 인프라테스트 디마프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8%에 그쳤다. 이는 사민당(SPD)의 안드레아 입실란티 후보에게 10%포인트 뒤지는 것.

정당 지지도에서는 기민당이 38%로 사민당(37%)과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2003년 지방선거에 비하면 기민당 지지율은 11%포인트 떨어진 반면 사민당은 8%포인트 올랐다.

또 좌파 성향의 녹색당이 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6월 창당한 극좌 성향의 좌파당도 5%의 지지율을 얻어 주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민당-녹색당-좌파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50%에 이른다. DPA통신은 “사민당이 헤센 주에서 녹색당, 좌파당과 연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실시될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헤센 주에서 기민당이 패배한다면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민당이 헤센 주에서 몰리는 데에는 코흐 주 총리의 외국인 차별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코흐 주 총리는 지난해 말 뮌헨에서 외국계 청소년 2명이 독일 노인을 구타한 사건이 벌어진 뒤 외국계 청소년 처벌 강화를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외국인 차별’이란 강한 비난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도 17일 헤센 주에서 열린 기민당 지지 유세에서 이 공약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는 좌경화를 주도하는 쿠르트 베크 사민당 당수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민당 내 우파의 견제를 받아 온 베크 당수가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면 사민당은 더욱 좌파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불안하게 유지돼 온 대연정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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