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강화-규제 줄이면 한국 한단계 더 발전할 것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31일 퇴임하는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13년에 걸친 한국 근무 동안 목격한 한국의 발전상과 앞으로 한국이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퇴임하는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13년에 걸친 한국 근무 동안 목격한 한국의 발전상과 앞으로 한국이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이임하는 워릭 모리스 주한영국대사

“한국은 이미 경제대국이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외국어 능력 강화, 규제 철폐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31일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는 워릭 모리스(60) 주한 영국대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 경제적 발전상에 대한 칭찬과 함께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8년간의 외교관 생활 중 13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1975년 2등 서기관으로 처음 서울에 부임해 1979년까지 박정희 정부 막바지의 한국을 생생히 지켜봤다. 그는 “내가 떠나던 날이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라고 회고했다.

두 번째 한국에 온 것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그는 이후 4년 동안 한국의 민주화가 진행되는 것을 바라봤다.

2003년 11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3년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자청해서 임기를 1년 연장했다. 모리스 대사는 “한국이 좋았고, 대통령 선거를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30여 년에 걸쳐 한국의 변화를 생생하게 지켜본 모리스 대사는 “그동안 한국의 극적인 변화, 한국인의 위대한 성취를 목격했다. 정권마다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서 이 같은 성취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리스 대사는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먼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외국어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리스 대사는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친화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법률시장과 교육시장 개방, 관세 장벽 철폐 등도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의 여러 교육기관이 한국에 분교 설립을 타진했지만 여러 규제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외국 학교의 설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리스 대사는 ‘햇볕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동안의 남북 간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고, 새 정부는 북한을 포용하면서도 받을 것은 받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리스 대사는 ‘한국 하면 떠오르는 형용사 3개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Stimulating(활기를 주는), Fascinating(매혹적인), Enjoyable(즐거운)을 들었다.

그는 “은퇴해서도 갑자기 한국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넨 뒤 “앞으로도 한국과 관련한 일을 하며 여러 방면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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