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생명체 탄생? 美과학자, 박테리아 게놈 전체 합성 성공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가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 사진. 현미경으로 0.6초 동안 연속 촬영한 모습이다. AFP 연합뉴스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가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 사진. 현미경으로 0.6초 동안 연속 촬영한 모습이다. AFP 연합뉴스
미국 과학자들이 화학물질을 조합해 박테리아의 게놈(유전체) 전체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실험실에서 생명체를 만드는 단계에 근접했다는 의미여서 윤리적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생명공학 연구기관 크레이그벤터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 논문에서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을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박테리아는 인간의 폐와 생식기에 기생하며 525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다.

이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합성한 DNA들을 이어 붙여 여러 개의 큰 조각을 만든 뒤 이를 효모에 넣어 합성하는 방법으로 58만2970개 염기쌍 전체를 만들어냈다.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쌍 3만 개를 합성하는 데 불과했던 이전에 비해 훨씬 발전된 수준이다.

앞으로 이 인공 게놈을 살아 있는 박테리아 세포에 주입한 뒤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게 될 경우 ‘인공 생명체’가 탄생한다고 이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새로 탄생할 인공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로 ‘마이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이라고 명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연구진은 지난해 8월 박테리아의 게놈을 분리해 다른 박테리아 세포에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다음 단계는 생명체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들의 조합인 ‘최소유전체’를 인공 합성한 뒤 여기에 질병 치료 등 특정 기능을 갖춘 유전자를 결합해 다른 세포로 이식하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를 이용하면 “난치병 치료와 바이오연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소장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오석 박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진일보한 성과”라며 “그러나 인공 생명체 단계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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