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공학 연구기관 크레이그벤터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 논문에서 “박테리아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을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박테리아는 인간의 폐와 생식기에 기생하며 525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다.
이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합성한 DNA들을 이어 붙여 여러 개의 큰 조각을 만든 뒤 이를 효모에 넣어 합성하는 방법으로 58만2970개 염기쌍 전체를 만들어냈다.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쌍 3만 개를 합성하는 데 불과했던 이전에 비해 훨씬 발전된 수준이다.
앞으로 이 인공 게놈을 살아 있는 박테리아 세포에 주입한 뒤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게 될 경우 ‘인공 생명체’가 탄생한다고 이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새로 탄생할 인공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로 ‘마이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이라고 명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연구진은 지난해 8월 박테리아의 게놈을 분리해 다른 박테리아 세포에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다음 단계는 생명체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들의 조합인 ‘최소유전체’를 인공 합성한 뒤 여기에 질병 치료 등 특정 기능을 갖춘 유전자를 결합해 다른 세포로 이식하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를 이용하면 “난치병 치료와 바이오연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소장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오석 박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진일보한 성과”라며 “그러나 인공 생명체 단계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