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중…열풍의 현장 르포
“마찰력을 좀 더 줄여야겠어.”
“아, 그리고 회전 반경을 좀 더 넓히면 어떨까. 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도록….”
16일 오전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에 있는 ‘브롱크스 랩 스쿨’의 물리과목 수업 현장.
12학년(한국의 고3) 학생들이 그룹별로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롤러코스터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리를 공부하고 있었다.
이 수업에서 교사 에이미 샤피로 씨의 역할은 그저 학생들의 ‘도우미’였다. 학생들은 팀을 짜서 프로젝트 방식으로 물리를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샤피로 씨는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답변도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가면서 다음 단계를 먼저 생각하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조언에 그쳤다. 칠판 위쪽에는 ‘여러분은 오늘 두뇌를 모두 사용했나요?’라고 적혀 있었다.
샤피로 씨는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이런 방식을 통해 오랫동안 단련됐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한다”며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공부하는 환경을 미리 경험해 보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브롱크스 지역은 빈곤층과 이민자가 많이 사는 뉴욕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자 우범지역이다. 이곳에서 2004년 문을 연 브롱크스 랩 스쿨은 ‘19%→90%의 기적’으로 불리는 혁명을 이뤄냈다.
4년 전 현재의 브롱크스 랩 스쿨 건물에 있던 에번더 차일스 고교에선 입학생 1300명의 19%인 241명만이 졸업했다. 그러나 브롱크스 랩 스쿨은 똑같은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들을 데리고 졸업률을 90%로 끌어 올렸다.
올해 6월 졸업하는 12학년 90명 전원은 이미 미국 전역의 대학에 지원서를 보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 진학은커녕 졸업도 꿈꾸지 못했던 빈곤층 자녀들이 큰 꿈을 이뤄 가고 있는 것이다.
브롱크스 랩 스쿨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주도해 온 뉴욕발(發) 교육 개혁의 대표적인 모범 케이스. 35세의 젊은 교장에게 대학식 토론수업 등 학교 운영의 전권을 주고 혁신을 이루게 한 결과였다.
2002년 취임과 함께 공교육 수술에 나선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해 말에는 공립학교 1200여 개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해 A에서 F까지 등급을 매긴 뒤 그 성적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 부여에서 가혹한 폐교 조치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공교육의 양극화와 학생들의 실력 저하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이 이제 뉴욕을 시작으로 교육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평등교육을 강조해 온 유럽과 아시아까지 전 세계는 지금 교육 혁명 중이다.
본보는 전 세계에 부는 교육 혁명 열풍의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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