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佛, 대서양 맹주로”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EU-이슬람권 포괄 지중해 연합체 구상… 잇단 親중동 행보

“유럽연합(EU)은 지나치게 시장 자유주의를 선호하고 있다.”(2007년 7월)

“아랍권에선 카다피를 독재자로 여기지 않는다.”(2007년 12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탈(脫)EU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발언들이다. EU의 맏형 격인 프랑스의 지도자가 EU적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이슬람권의 해석에는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단지 ‘세일즈 외교’의 차원이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가 EU의 틀에서 벗어나 대서양권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처음 제시한 ‘지중해연합(MU)’ 구상은 프랑스가 EU에만 갇혀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U는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20여개국이 무역과 안보 등 역내 현안을 협의하는 국제 공동체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를 초청하고 이달 중순에는 중동 지역을 순방하는 등 이슬람권과의 공조 체제 강화에 나섰다. 1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유대교의 신이 모두 같은데 누가 논쟁을 하겠는가”라는 발언으로 ‘친 중동’ 성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프랑스는 MU 구상에 따라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지역의 옛 식민지 국가들과도 외교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알제리를 찾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식민 통치는) 매우 부당했다”고 사과한 바 있다.

프랑스의 중동외교는 경제적 실리만을 챙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리비아, 알제리 정부와 핵 협력 협정을 맺었고, 아랍에미리트와는 호르무즈 해협에 영구 군사기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경제공동체의 핵심기관인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서는 “경제성장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독일 등 EU 회원국들이 프랑스의 대대적인 경제 부양책에 걸림돌이 된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프랑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주변국들은 경계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를 와해하려는 위협”이라며 비판했다. 핵 확산에 반대하는 서구 국가들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핵 세일즈 외교’에 부정적이다.

EU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프랑스의 이 같은 새 외교정책은 국내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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