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변화없다” 암묵적 메시지?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1분


■ 부시 마지막 국정연설서 북한관련 언급 안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8일 마지막 연두 국정연설에서는 새로운 구상이나 공격적 제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한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경제마저 암울한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한 임기 말의 위상을 반영하는 대목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임기 중 직면한 9·11테러와 안보 불안, 세계경제의 심각한 도전 등에 맞서 적절히 대처했으며 역사가 정당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확산과 중동평화회담=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미국의 소명”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북한 등 특정 국가를 ‘악의 축’이나 ‘무법정권’이라고 지적하지는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그 대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동평화협상을 마무리 지어 자신의 마지막 외교적 치적으로 삼고 싶다는 포부를 명확히 했다. 그는 또 수단에서 벌어지는 인종학살에 반대하며 쿠바 짐바브웨 벨로루시 미얀마의 자유를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취임 때부터 ‘빌 클린턴과는 정반대(Anything But Clinton)’라는 기치를 높이 들었던 부시 대통령이 어느새 클린턴 행정부의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계승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 국정연설 북한 관련 언급
 북한 관련 언급
2002년북한, 이란, 이라크는 ‘악의 축’.
2003년북한은 핵무기를 추구하고 보유한 ‘무법정권(outlaw regime)’.
2004년북한 등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
2005년미국은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 중.
2006년미국은 북한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같은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진전시키는 소명을 갖고 있다.
2007년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의 파트너들과 집중적인 외교노력을 추구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
2008년※북한을 언급하지 않음.

▽북한 문제에는 침묵=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연설 때마다 북한 체제의 문제점이나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올해는 북한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밝힌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난해 말로 예정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6자회담 ‘2·13 합의’와 ‘10·3 합의’를 통한 불능화 과정이 진행 중인 데다 북한이 추가로 악화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황 관리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경제침체와 중동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 산적한 현안 때문에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날 연설의 전반부를 경제 살리기에 대부분 할애했다.

그는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증가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최근 하원과 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 공화 양당이 초당적인 협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세금감면법은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개정해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려는 어떤 법안이 올라온다 해도 나는 결단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계속적인 테러와의 전쟁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는 적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테러리스트들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인 만큼 영장 없는 감청을 계속 허용해 달라며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감청 관련법의 연장을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회가 예산 지원을 계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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