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검찰 “SG은행 금융사고 원인은 간부 묵인과 딜러 과시욕”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프랑스 금융 사상 최대 규모인 7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소시에테 제네랄(SG) 은행 금융 사기 사건은 범인 제롬 케르비엘(31·사진) 씨가 은행 간부들의 묵인 아래 벌인 사기 행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9일 케르비엘 씨가 검찰 조사에서 “은행 상사들이 나의 선물투자 규모를 몰랐을 리가 없다. 하위직에서 (상사의 묵인 없이) 그런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4일 다니엘 부통 SG 최고경영자(CEO)가 “그가 교묘한 술수를 써서 적발하지 못하다 18일에야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내용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전문가들도 어마어마한 액수를 은행원 혼자 처리했다는 은행 측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는 “수익이 날 때는 모든 것이 편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익이 너무 많이 나서 불법 거래 사실이 드러날까 봐 일부러 축소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0억7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대(리옹2대) 출신인 케르비엘 씨가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 출신들이 몰려 있는 은행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려다 무리수를 두게 됐다는 견해도 나왔다.

케르비엘 씨는 “지난해 단 4일만 쉬었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경쟁자들보다 내가 더 잘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 거래 규모를 불려 나갔다. 나의 관심사는 은행을 위해 수익을 내는 것이지 개인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심문한 장클로드 마랭 검사도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려고 불법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직원이 수익을 내자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은행과 개인적 콤플렉스에 의한 과시욕이 결합돼 대형 금융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케르비엘 씨가 누리꾼들에게서 ‘로빈 후드’로 불리는 등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개 은행원이 프랑스의 2대 은행인 SG 은행에 천문학적 손실을 안겨 주며 제도권에 충격을 주자 은행을 싫어하는 일반인이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SG 은행의 임원인 미국인 투자자 로버트 데이 씨가 사건 발표 직전 대규모로 관련 주식을 팔아 내부정보 이용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4개국 정상은 이날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금융시장의 하락을 예측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의 개선과 신용평가기관의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다.

또 4개국 정상은 금융시장의 자율 규제가 원칙이지만 자체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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