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통신 감청 국장인 폴 케네디 경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의회와 경찰, 정보기관은 2006년 4∼12월 무려 25만3557건에 이르는 광범위한 전화 감청 및 e메일 검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29일 보도했다.
122개 지방 행정당국도 같은 기간 1600건 이상의 감청을 요청해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은 법적 절차를 따른 것이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실시한 불법 감청(도청)도 1000건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 도청 행위는 단순한 행정착오 때문에 이뤄졌다.
이 신문은 “영국은 1인당 폐쇄회로(CC)TV 설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며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라는 목적으로 감청 허가권을 가진 지방의회의 경우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의 본산인 영국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당의 데이비드 위닉 하원의원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1984’로 향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테러와 범죄 방지를 위해 감청이 필수적이라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