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라크전쟁 반대한 내가 적임자”
“매케인 감세정책 일관성 없다” 한목소리 공격
상대방 농담에 맞장구 치는 등 분위기 화기애애
미국 22개 주에서 동시에 대통령선거 예비경선이 치러지는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의 첫 ‘1 대 1 맞짱 토론’이 1일 로스앤젤레스 코닥 시어터에서 열렸다.
○ “차기 대통령은 우리 중 하나”
갤럽의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43%(힐러리) 대 39%(오바마)로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두 후보는 이날 이라크전쟁, 이민, 경제정책 등을 주제로 100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벌였던 인종 논란이나 인신공격성 공방 대신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웃는가 하면 상대방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바마 후보는 “두 사람 중 하나가 결국 대통령이 돼 역사를 창조할 것”이라고 본선 승리의 자신감을 피력했고, 힐러리 후보도 “둘 중 하나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두 후보는 경선이 끝난 뒤에는 공화당에 맞선 공동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11월 대선에서 서로의 러닝메이트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의 심장이기도 한 토론장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피어스 브로스넌, 다이앤 키튼, 스티비 원더, 랍 라이너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 연륜 vs 새바람
토론 시작과 함께 힐러리 후보는 “취임 첫날부터 산적한 현안을 풀어갈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준비된 대통령’론을 펼쳤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는 “경험을 인정한다. 하지만 취임 첫날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받아쳤다.
화제는 이라크전쟁으로 이어졌다. 오바마 후보는 “본선에서 ‘난 일관되게 이라크전쟁은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공화당 후보와 맞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2002년 이라크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던 힐러리 후보를 공격했다.
힐러리 후보는 “당시 나는 무기사찰단을 이라크에 다시 보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침공할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이어 세금과 재정지출 등 경제문제를 놓고도 토론을 벌였으나 양자 간 주장에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두 후보는 공화당 선두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감세정책과 관련해 일관성 없는 주장을 펼친다며 한목소리로 공격했다.
○ 부시-클린턴 가문의 30년 독재?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부시-클린턴 가문의 장기 집권’ 논란이었다. 한 여성 패널이 “내가 38세인데 지금까지 ‘부시’나 ‘클린턴’이 투표용지에 없는 대선을 치러보지 못했다. 30년간 두 집안이 백악관을 차지하면 어떻게 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은 것.
힐러리 후보는 “하필 부시가 이 시점에 백악관에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한 뒤 “부시 1세의 뒤청소를 위해 클린턴이 필요했고 이제 부시 2세가 어지럽힌 걸 청소하기 위해 또 다른 클린턴이 필요하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는 지난달 31일자 칼럼에서 “출신 집안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되지만 가장 저속한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두 가문에서 나온 4명의 대통령이 집권을 이어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웹사이트엔 “앞으로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힐러리 후보의 딸인 첼시, 젭 부시의 아들, 첼시의 남편을 계속 대통령으로 뽑자”는 비아냥거림이 등장하는 등 두 집안의 장기집권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