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푸틴 뒤만 따라다니면…”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러시아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왼쪽)가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1000km 떨어진 로스토프 주 노보체르카스크 시내의 한 성당을 방문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노보체르카스크=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왼쪽)가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1000km 떨어진 로스토프 주 노보체르카스크 시내의 한 성당을 방문해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노보체르카스크=EPA 연합뉴스
대선후보 TV토론도 거부

푸틴 후광효과에만 의존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2일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수행해 러시아 서남쪽 로스톱나도누 시의 군부대를 방문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는 러시아 국영TV 카메라를 통해 “군 하사관을 위한 시설을 늘리고, 군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월급도 올릴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선거 운동’을 했다.

그는 인기가 높은 푸틴 대통령만 따라다녀도 득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계산하고 대선후보 TV 토론회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크렘린의 통제를 받는 신문과 TV 뉴스를 독점하고 있어 사실 토론회에 굳이 나가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특혜를 기대할 수 없는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과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민주자유당 총재 등 다른 대선 후보들만이 토론회에 나서 ‘한 표’를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푸틴 후광 효과에 따라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지지도는 최근 75%로 급상승했다.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당선은 확실시된다.

온건한 이미지로 크렘린 내에서 ‘비둘기파’로 통했던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득표율을 높이는 것보다 ‘매파’인 군부 경찰 연방보안국(FSB) 출신 인사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급하다.

푸틴 대통령의 후광에만 의존하다가는 집권 이후 매파의 공세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부총리가 2일 스탈린그라드 승전 65주년 기념행사 등을 통해 매파 원로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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