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대표적 사례. 이 영화는 17세기 중남미 카리브 해를 무대로 살인과 약탈을 일삼던 해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후 해적은 사라졌지만 카리브 해 일대엔 21세기에도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갱단이 곳곳에서 ‘피바다’를 만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카리브 해가 세계적인 강력범죄 발생 지역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유엔과 세계은행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카리브 해 연안 국가의 인구 10만 명당 평균 살인 건수는 30여 건. 이는 북미 지역의 4배, 유럽 선진국의 15배나 되는 높은 수치다.
순위별로는 자메이카(59건)가 세계에서 살인이 가장 빈번한 국가였고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베네수엘라가 그 뒤를 이었다. 자메이카에선 갱단의 횡포가 심해 야간에 수도 킹스턴과 공항을 잇는 도로에서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최근엔 작은 도서 국가로 우범지역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우 살인 발생률이 10년 전보다 4배가량 늘면서 가톨릭 성당들이 야간미사를 한 시간 앞당겼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카리브 해 지역의 살인 급증 추세는 불법 마약 거래가 주요 원인이다. 마약을 판매한 수익으로 현금과 무기를 갖춘 갱단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면서 ‘갱 랜드(gang land)’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희생자는 주로 노동자 계층의 젊은 남성들과 그의 가족, 이웃들이다.
가이아나 등 일부 국가는 사형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인구 1000명당 수감자 수가 3명 이상인 전 세계 31개국 가운데 17개국이 카리브 해 국가일 정도로 형무소는 이미 과포화 상태다.
자메이카나 바베이도스는 해안 경비를 강화해 마약과 총기 거래를 차단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부패가 심한 데다 용의자를 구속해도 소송에 많은 기간이 걸려 실제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