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과 맞선이 일본을 구한다”

  • 입력 2008년 2월 6일 02시 58분


만혼-저출산에 성장률 하락

미팅통해 배우자 찾기 권장

노조가 만남 주선 나서기도

‘일본의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고 취약계층에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묘수는?’

답은 ‘미팅과 맞선’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짝을 만날 기회를 줘야 ‘만혼(晩婚)→출산율 저하→노동력 인구 감소→경제성장률 하락→분배 악화’라는 악영향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가 일본 경제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는 사실은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노동력 인구 추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15세 이상으로 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찾는 중인 ‘노동력 인구’는 2006년 6657만 명에서 2017년 6217만 명, 2030년 5584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030년에는 일본경제가 1%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경제성장률은 2030년이 되기 전에 마이너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직장의 분위기와 역할이 바뀌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고도성장기에는 직장이나 거래처에서 짝을 찾는 남녀가 많았다. 그러나 성과주의가 확산되고 사생활 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직장은 낭만이 꽃피기에는 너무 삭막한 무대로 변하고 있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직장이나 거래처에서 배우자를 찾았다는 부부의 비율은 1992년 35%로 정점에 달한 이후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 2005년에는 30%에도 못 미쳤다.

이 공백을 메워줄 수단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미팅(일본에서는 고콘이라고 함)과 맞선이다.

요미우리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요미우리위클리는 ‘미팅이 일본을 구한다’는 제목의 최신호 표지기사에서 미팅의 목적이 ‘부담 없는 연애 상대 찾기’에서 진지한 ‘배우자 구하기’로 바뀌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최근 3년 이내에 결혼한 30, 40대 부부 500명을 조사한 결과 미팅을 통해 만났다는 응답자가 15.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팅이 배우자를 찾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주목을 받는 데 따라 노동조합이 나이 많은 조합원들을 위해 미팅 주선에 발 벗고 나서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미팅보다 맞선을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베조가쿠인(神戶女學院)대 우치다 다쓰루(內田樹·현대문화) 교수는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은 살아가기 위한 비용과 위험을 줄이기 때문에 본래 약자를 위한 생존전략”이라면서 “(여러 남녀가 참여하는) 미팅은 승자독식(勝者獨食) 시스템이어서 맞선의 기능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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