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사립대 구조조정 나선다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출산율 낮아 지원자 급감… 2년제大 62% 정원미달

지난해 일본 대학입시에서 와세다(早稻田)대에는 수험생 12만5000명이 몰렸다. 수험료 수입만 전체 수입의 5%인 49억8000만 엔에 이르렀다. 지난해 9만8800명이 지원한 리쓰메이칸(立命館)대는 올해 입시창구를 전국 19개 시에서 30개 시로 늘렸다. 목표는 ‘지원자 10만 명 돌파’다.

그러나 이렇게 선전(善戰)하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본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사학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59개 사립대 지원자(연인원 302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4만 명이 23개 유력 대학에 몰렸다. 반대로 사립대의 40%, 2년제 사립 단기대의 62%는 정원 미달이었다.

최근 사학사업단이 문부과학성의 의뢰로 사립대를 운영하는 521개 법인과 사립 단기대 144개 법인의 2006년도 경영 상태를 평가한 결과는 참담했다. 98개 법인이 ‘경영 곤란’ 상태. 이 중 15개 법인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파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받은 법인도 11개나 됐다.

출산율 저하로 대입 적령기인 18세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사립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생겨난 현실이다.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 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올해는 124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국립대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일본 정부는 그동안 시장 원리에 맡겨 놨던 사립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경영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문부성은 경영이 어려워진 법인들을 △경영 개선이 가능한 단계(옐로 존)와 △자력갱생이 어려운 상태(레드 존)로 나눈 뒤, 옐로 존에 속한 법인에는 목표와 시한을 밝힌 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레드 존 법인에는 학생 모집 정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문부성은 정부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인 이름을 공표해 사회적 압력을 넣을 계획이다.

존망의 위기에 선 대학은 대부분 지방의 신흥 사립대들이다. 특히 단기대를 무작정 4년제로 전환하고 대도시의 유명 사립대를 흉내 내며 수험생 모으기에만 몰두해 온 대학들이 정부의 관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사업단의 학교법인재생연구회 기요나리 다다오(淸成忠男) 고문은 “지방 사립대는 규모를 줄이고, 학교의 목표를 지역 인재 양성으로 특화하는 등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폐교 신청을 한 히로시마(廣島)의 릿시칸(立志館)대를 시작으로 자진 폐교하는 지방 사립대가 늘고 있다. 2006년에는 센다이(仙臺)의 도호쿠(東北)문화학원대가 파산을 선언했고, 후쿠오카(福岡)의 4년제 공과대 도와(東和)대는 지난해부터 학생 모집을 중단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