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여성 2명-남성 1명 유전자 조작 인간배아 성공”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난치병 치료 길 열려

간질이나 정신지체, 근육 위축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자녀에게 유전되는 것을 막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최근 보도했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의학학회에서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는 난자의 핵은 그대로 둔 채 미토콘드리아 부분만 정상적인 여성의 것으로 바꿔 인간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는 여성의 난자와 배우자의 정자를 인공수정해 배아를 만든 뒤 이 배아의 핵을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의 난세포 속에 이식했다. 하나의 배아를 만드는 데 여성 2명과 남성 1명의 유전자(DNA)를 이용한 것.

인간 DNA의 99%가 세포의 핵 속에, 나머지 1%가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다. 난자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인한 질병은 유전된다. 핵 DNA의 경우 정자와 난자의 DNA가 절반씩 섞여서 만들어지지만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의 DNA만 배아에 그대로 전달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세포의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유전되지 않도록 배아의 핵 DNA는 부모에게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건강한 ‘제3의 여성’에게서 물려받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두 엄마를 가진 아이’ ‘계획된 아이’를 만들어 내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가족의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연구의 지지자들은 “이번 연구가 가족의 유전적 특성을 나타내는 아기의 외모나 성격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외모와 성격 같은 중요한 특성을 결정하는 DNA는 배아의 핵 세포에 담겨 있고 미토콘드리아 세포에는 이러한 특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 미토콘드리아 세포를 바꿨다고 두 엄마를 가졌다고 하는 것은 신장을 이식한 사람에게 제3의 부모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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