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화약고’ 불붙나…코소보 “17일 독립선언” 긴장 고조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가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서 유혈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AP와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슬로보단 사마르진치 세르비아 코소보 담당 장관은 이날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지도부가 17일 불법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세르비아 고위 관리가 코소보 독립 일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번 발언의 신빙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심 타치 코소보 과도자치기구(PISG) 총리는 사마르진치 장관의 발표에 대해 확인을 거부한 채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분리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전 세계 100여 개 국가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다면 세르비아와 알바니아계, 국제사회 등 3자 모두가 극단적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제 침체에 빠진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EU 역시 세르비아의 EU 가입과 경제 지원을 코소보 독립과 맞바꾸려는 방침이어서 코소보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U는 또 18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1800명의 경찰과 사법요원으로 구성된 코소보 민간 임무단 파견을 승인할 예정이다. 코소보의 독립 저지를 공언하고 있는 세르비아에는 불리한 움직임이다.

사마르진치 장관의 발언이 공개된 이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슬로베니아 기업 소유의 쇼핑몰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EU 순회의장국인 슬로베니아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르비아계의 보복성 테러로 추정되고 있다.

몇 시간 후 차차크 지역의 또 다른 슬로베니아 기업 소유의 쇼핑몰에도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시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코소보 알바니아계 작품 전시회장에 세르비아 극우단체인 ‘오브라즈’ 조직원 300여 명이 몰려와 포스터를 찢고 세르비아 전범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난동을 부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코소보:

세르비아 서남쪽에 있는 코소보는 면적이 세르비아의 약 8분의 1에 해당하는 1만887km²로 경상남도와 비슷하다. 인구 200여만 명 중 88%가 알바니아계이고 7%만 세르비아계이다. 코소보 주민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세르비아에서 독립하기 위한 무장투쟁을 벌여왔으나 1998∼99년 전쟁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고 3000여 명이 실종됐다. 현재 유엔의 보호를 받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