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경선 계속땐 특별대의원이 승부 가른다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2분


대의원 과반수 확보 못하면 8월 전당대회서 후보 선출

796명 지지 확보 경쟁 치열

“특별 대의원(Super Delegate)을 잡아라.”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에 특별대의원 지지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박빙의 경쟁이 이어질 경우 6월 초에 끝나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와 코커스(당원대회)로는 승부가 나지 않고 결국 8월 전당대회에서 특별대의원의 선택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두 주자가 지금 추세대로 일반 대의원을 양분해 간다면 후보 지명을 위해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어느 한쪽이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대의원(4049명)의 19.6%인 796명의 특별대의원을 제외한 채 2025명을 채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민주당의 특별대의원 제도는 후보 지명 과정에서 당 인사이더와 현역 정치인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전직대통령, 의회 지도부,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전현직 민선 공무원과 전국위원회 위원 등이 특별대의원이다.

대선 후보가 당원과 친(親)민주당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당내 유력인사들에 의해 결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두 후보는 주간 단위로 별도의 시간을 배정해 특별대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힐러리 캠프는 특별대의원의 지인과 친구, 지역 유지 명단을 작성해서 공략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 첼시 씨도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톰 대슐 전 상원 원내총무, 존 케리 의원 등이 지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이달 초 특별대의원에게 지지 후보를 물어본 결과 힐러리 후보 204명, 오바마 후보 99명으로 나타났으나 특별대의원은 언제든 지지자를 바꿀 수 있어 매우 유동적이다.

당내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한 오바마 후보는 “특별대의원들이 당원의 뜻(예비경선 결과)을 따르는 선택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힐러리 후보는 “특별대의원은 독립적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특별대의원들이 예비경선에서 작은 차이라도 앞선 후보 대신 2위를 밀어줘 최종 순위가 바뀔 경우 상당한 후유증도 예상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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