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동의 석유 수송로 확보를 둘러싸고 미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와 제해권 장악을 위한 패권 경쟁에 나섰다.
홍콩의 인터넷 매체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이 이란 남부 페르시아 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항구나 섬에 소형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이란과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아직 합의가 타결된 것은 아니며 군사용 기지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관측기지가 될지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군사소식통은 “중국이 이곳에 설치하려는 것은 군사작전용 해군기지가 아니라 석유 수송로 확보를 위한 관측기지”라며 “전체 수입석유의 40%가량을 중동에 의존하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의 석유 수송로 안전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 관측기지를 설치하려는 것은 페르시아 만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국 석유 수송선의 안전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양해군’을 자처하고 있지만 항공모함이 없는 데다 현재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에 갖고 있는 해군 관측기지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관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중동의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프랑스마저 아랍에미리트에 소형 해군기지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자 더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반대편에 이란을 위협하는 서방국가가 해군기지를 설치하기로 하자 중국을 끌어들여 안보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또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해 마다가스카르에 해군 관측기지를 설치하는 계획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가오쭈구이(高祖貴) 연구원은 환추(環球)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외에 군사기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중국 국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고 중국의 국방안전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군사기지 설치설을 부인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