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지한파 잇단 사망-은퇴, 이러다간…

  • 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톰 랜토스 미국 하원의원의 타계로 공석이 된 미 하원 외교위원장 후임에 하워드 버먼(67·사진) 민주당 의원이 다음 달쯤 정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 소식통들이 12일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13선을 한 버먼 의원은 지난달 초 랜토스 외교위원장이 은퇴를 발표한 뒤 위원장 대행을 맡아 왔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할리우드를 대변하는 의원’으로 불릴 만큼 미국 영화산업 일자리 지키기와 지적재산권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스스로 ‘리버럴’이라고 강조하지만 1990년대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표결 당시 민주당 다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으며, 2003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는 데 찬성했다.

한편 랜토스 의원의 타계로 미 의회 내 지한파 중진 및 원로 정치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원로 정치인이었던 헨리 하이드 전 국제관계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타계했다.

재미 한국인의 권리 옹호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에 정성을 쏟았던 레인 에번스 전 의원은 지병인 파킨슨병 악화로 2006년 말 은퇴해 힘겨운 요양생활을 하고 있다.

11일 타계한 랜토스 의원은 미 의회 내 ‘마지막 홀로코스트 생존자’답게 생전에 북한 인권 상황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해 위안부 결의안이 핫이슈가 됐을 때 랜토스 의원은 일본 정부의 집요한 로비 대상이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서 들려온 반미 기류는 한국을 보는 미 의회의 시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의회 내에서 정말 한국을 위해 시쳇말로 ‘총대를 메줄’ 의원이 누가 있는지를 꼽아 보면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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