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TV에서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파견사원의 품격’에 나온 대사다. 여주인공은 남자 상사가 “기리초코는 회사 생활의 윤활유”라며 초콜릿을 주지 않는다고 나무라자 이같이 응수한다.
기리초코란 여성들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남자 선배나 동료에게 형식적으로 선물하는 초콜릿을 뜻하는 말. 일본에선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기리초코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부담까지 느끼는 직장 여성도 많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과 활동 분야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풍속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신 유행 코드를 소개하는 인터넷 주간 ‘닛케이BP넷’은 “최근 기리초코를 대신해 스스로에게 준다는 뜻의 ‘지분(自分·자신)초코’가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신세대 일본 여성들이 기리초코에 들어갈 비용을 아껴 지분초코를 산다는 것.
지분초코는 ‘마이(my)초코’ ‘고호비(포상·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초코’로도 불린다.
이 같은 변화는 전직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예전보다 동료들과 덜 친밀해진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특히 사무실 분위기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외국계 기업에선 기리초코 문화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지분초코와 함께 동성 친구를 위한 ‘도모(友)초코’, 가족을 위한 ‘파미(ファミ)초코’ 등도 유행하고 있다. 여성문화 전문기고가인 다카하시 요코(高橋洋子) 씨는 “남성들은 단맛을 싫어하거나 초콜릿 브랜드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혹은 초콜릿의 맛과 가치를 잘 아는 상대와 즐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오리콘 모니터리서치가 지난달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밸런타인데이에 기리초코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8%에 이르렀다.
초콜릿 업계에서도 기리초코를 대신해 밸런타인데이용 지분초코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고베(神戶) 시의 주요 백화점엔 발매 기간과 제품의 수를 한정하고 여성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고가의 지분초코 제품이 등장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