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국계펀드 투자유치 ‘엇박자’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외국계 펀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가 ‘환영’과 ‘경계’ 사이를 오가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 국가인 일본에 외자 유치는 절실하지만 다른 나라에 국가 기간산업의 지분을 넘길 경우 안보 위협 등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규제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력회사는 국가 안전보장망에 해당”=일본 정부는 13일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J파워의 지분을 20%까지 늘리겠다고 신청한 영국계 펀드에 “심사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달간의 심사기한이 지났지만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지장이 없을지 신중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기한을 연장한 것.

현재 J파워 주식 9.9%를 보유하고 있는 이 영국계 펀드는 지난달 15일 추가 매수 의사를 밝혔다. 일본 외환법에 따르면 외국 자본이 전력사업자 등의 주식을 10% 이상 취득할 경우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항공도 국가 안전과 직결”=나리타(成田) 공항과 하네다(羽田) 공항에 대한 외자 투자 규제를 놓고도 정부 내에서 설전이 거듭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당초 두 공항의 운영회사 등에 대한 외국인 주식보유비율을 3분의 1 미만(의결권 기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공항정비법 개정안’을 현재 개회 중인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 개방을 말하면서 외자를 규제할 경우 일본이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각료들과 자민당 내부의 반대에 부닥쳤다. 금융상과 경제재정상은 ‘쇄국주의 철폐’를 내걸고 공공연히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해외 국부 펀드가 두려워=일본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정부 소유 펀드의 움직임이다. 이들 국부 펀드가 일본 기간산업의 경영권을 쥐게 되면 안보 위협과 기밀 유출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의 국부 펀드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의 2인자 가오시칭(高西慶) 총경리가 방문한 13일에도 해외 펀드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금융상은 “성장률이 낮은 일본에 관심을 가져줘 정말 감사하다”며 그를 대환영했다.

반면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경단련 회장 등 재계는 “해외 국부 펀드의 투자 방침에 불명확한 점이 적지 않으니 필요할 경우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지난달 하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장 개방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연설한 바 있다.

가고시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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