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의 그림자… 눈덩이 핵폐기물 어쩌나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외신들은 ‘원자력 발전의 르네상스 시대’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는 ‘핵폐기물’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원자력 발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 세계가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증하는 핵폐기물=전 세계에는 439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34기가 건설 중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원자력 발전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시설이 아직 없다는 점. 핵폐기물은 고준위와 상대적으로 방사능이 약한 중저준위로 나뉘는데 고준위 핵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한 뒤에 남은 연료, 즉 ‘사용 후 핵연료’가 대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지 54년이 지났는데도 수천, 수만 년 동안 방사능을 방출할 우려가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장소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전 세계에 쌓여 있는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이 2005년 말 현재 28만2120t에 이르며 △2010년 33만9830t △2015년 39만9450t △2020년 45만709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원자로가 1기 늘어나면 매년 약 20t의 사용 후 핵연료가 추가로 배출된다.

현재 사용 후 핵연료는 대부분 철이나 콘크리트 용기에 넣은 뒤 물속이나 땅속에 보관하는데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사용 후 핵연료를 밀봉한 뒤 지하 깊숙한 곳에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각국은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영구저장시설 건설에 애를 먹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영구저장시설 없어=104기의 원자로가 있는 미국은 1982년 핵폐기물정책법을 제정한 뒤 오랜 논란 끝에 2002년 네바다 주 유카 산에 사용 후 핵연료 영구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6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6명은 지난달 24일 유카 산 저장시설 건설을 촉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네바다 주 출신인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본 정부는 영구저장시설을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20억 엔(약 180억 원)까지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지난해 1월 고치(高知) 현의 도요(東洋) 정이 유치를 신청했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4월 정장이 물러났고 신청은 취소됐다. 이후 현재까지 시설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다니구치 도미히로(谷口富裕)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생겨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원자력 발전 확대는 오랫동안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사용 후 핵연료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거나 해저 깊숙한 곳에 매장하는 방안 등 각종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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