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부토 망령에 떨고있다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사자 태우고 다니며 선거유세파키스탄 총선을 나흘 앞둔 14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PML-N의 상징인 사자를 태운 수레에 샤리프 전 총리 등의 사진을 걸고 물탄 시내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물탄=EPA 연합뉴스
사자 태우고 다니며 선거유세
파키스탄 총선을 나흘 앞둔 14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PML-N의 상징인 사자를 태운 수레에 샤리프 전 총리 등의 사진을 걸고 물탄 시내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물탄=EPA 연합뉴스
파키스탄 18일 총선… 야당 “압승땐 대통령탄핵”

유세장마다 폭력 난무… 부정선거 우려 높아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8년 독재정치 청산과 민주주의 정착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파키스탄 총선이 18일 실시된다.

파키스탄 야당 세력은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지난해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로 연기된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342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무샤라프 대통령을 탄핵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총선 이후에도 정국 불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부토의 망령에 흔들리는 무샤라프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총선 이후 무샤라프 대통령을 제거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PPP의 바바르 아완 중앙집행위원은 15일 AP통신에 “무샤라프를 축출해야 파키스탄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가 지난달 19∼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PPP는 50%,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는 22%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무샤라프 대통령의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Q)은 14%의 지지율에 그쳤다.

부토 전 총리 암살과 반(反)무샤라프 정서가 야권의 지지율 상승과 직결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양대 야당 대표는 12일 범민주세력이 참여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부토 전 총리의 남편으로 PPP 의장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씨는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PPP가 집권하면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폭력 난무… 부정선거 우려

정작 선거를 사흘 앞둔 15일에도 파키스탄 전역은 선거 유세라곤 열리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감만 감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14일 “선거운동은 거의 없고 폭력만 난무한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서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했던 아와미국민당의 9일, 11일 집회에서는 폭탄 테러로 모두 36명이 사망했다.

이런 폭력적인 분위기로 투표율이 낮아지면 지지도가 낮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벌써부터 부정선거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4일 “(야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시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 발언을 ‘야당에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전 분위기 조성용 경고로 여기며 우려하고 있다. 자르다리 PPP 의장은 “정부가 조직적으로 부정선거를 준비한 사실이 드러나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동맹 역할을 자임했다는 이유로 그의 반민주적 행태를 묵인해 온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이번엔 야당이 승리하면 무샤라프 대통령의 기반이 흔들리고, 야당이 패배하면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정국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설땅 잃어가는 탈레반

파키스탄 서북변경州 잇단 테러로 주민 원성

親탈레반 정당 총선 참패땐 역내 활동 위축▼

18일 실시되는 파키스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중점을 두고 볼 것 중 하나는 6개 이슬람교 정당 연합체인 ‘무타히다 마질리스 이 아말(MMA)’이 유권자들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다. 이는 파키스탄 내 테러조직인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향후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MMA는 2002년 총선에서 하원 의석 342석 중 59석을 얻어 주요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접경 지역인 서북 변경 주(州)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99석 중 48석을 석권해 5년 넘게 이 지역을 통치해 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서북 변경 주를 중심으로 반미 감정과 탈레반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아진 것이 MMA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 주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MMA는 전국에서 1%, 서북 변경 주에서는 4%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잇따른 자살폭탄 테러 등으로 서북 변경 주의 치안이 악화됐음에도 MMA가 탈레반을 계속 옹호하고 철저하게 이슬람법을 따르는 데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서북 변경 주에서 이슬람교 정당이 힘을 잃으면 파키스탄 정부가 한결 수월하게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와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의 지지도가 최근 크게 떨어져 이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테러 없는 내일(TFT)’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 국민의 지지도는 지난해 8월 38%에서 지난달 19%로, 알 카에다에 대한 지지도는 같은 기간 33%에서 18%로 뚝 떨어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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