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빈민 대출기관인 그라민 은행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그라민 은행은 지난달 뉴욕 퀸스 지역 잭슨하이츠 자치구에 거주하는 해외 이주 여성 35명에게 5만 달러를 빌려 줬다.
이 은행은 앞으로 5년간 뉴욕의 빈민들에게 1억7600만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그라민 은행이 선진국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아진 세계 최대 경제대국 빈민들에게 세계 최빈국 은행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 셈.
그라민 은행의 창시자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기존의 금융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지금이 (뉴욕에서 대출을 시작할) 적기”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고도로 발전하고 세금제도가 복잡한 미국에서 그라민 은행의 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가장 힘든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더 쉬울 것”이라며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