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못지않게 오랜 세월 자유를 갈망하던 유럽의 코소보가 엊그제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코소보 독립은 주민 구성을 보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알바니아계가 전체 주민 200만 명의 92%를 차지하지만 5.3%에 불과한 세르비아계가 주인 행세를 했다. 세르비아는 1998∼99년 알바니아계 주민 1만 명을 학살하고 80여만 명을 추방하는 ‘인종청소’까지 자행했다. 코소보도 동티모르처럼 피의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했다.
▷1389년 오스만튀르크 군이 세르비아가 중심이 된 기독교 연합군을 대파하면서 비롯된 코소보의 분쟁은 명쾌하게 편을 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당장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은 독립을 지지하지만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막후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지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책임이 막중하다.
▷코소보 국민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500년 동안 터키와 세르비아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의 날을 기다렸다”며 환호했다. 국제사회가 외교력을 발휘해 발칸반도의 화약고에서 열전(熱戰)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파병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코소보의 독립이 먼 나라의 일만은 결코 아니다. 모쪼록 코소보가 난관을 잘 극복해 21세기 두 번째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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