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코소보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동티모르는 ‘21세기 첫 독립국’으로 꼽힌다.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내걸고 독립한 지 4개월 만에 당당히 유엔의 191번째 회원국이 됐다. 동티모르는 24년에 걸친 인도네시아의 통치를 받았고, 이전에는 영국 네덜란드 일본 포르투갈의 지배를 번갈아 당했다. 독립의 길은 멀고 험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군에 주민 6만여 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1975년 이후 인도네시아 점령기간에 학살 기근 질병으로 국민의 5분의 1인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에게는 4년 동안 상록수 부대를 파병해 신생 독립국 동티모르를 도와준 경험도 있다.

▷동티모르 못지않게 오랜 세월 자유를 갈망하던 유럽의 코소보가 엊그제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코소보 독립은 주민 구성을 보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알바니아계가 전체 주민 200만 명의 92%를 차지하지만 5.3%에 불과한 세르비아계가 주인 행세를 했다. 세르비아는 1998∼99년 알바니아계 주민 1만 명을 학살하고 80여만 명을 추방하는 ‘인종청소’까지 자행했다. 코소보도 동티모르처럼 피의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했다.

▷1389년 오스만튀르크 군이 세르비아가 중심이 된 기독교 연합군을 대파하면서 비롯된 코소보의 분쟁은 명쾌하게 편을 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당장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은 독립을 지지하지만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막후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지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책임이 막중하다.

▷코소보 국민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500년 동안 터키와 세르비아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의 날을 기다렸다”며 환호했다. 국제사회가 외교력을 발휘해 발칸반도의 화약고에서 열전(熱戰)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파병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코소보의 독립이 먼 나라의 일만은 결코 아니다. 모쪼록 코소보가 난관을 잘 극복해 21세기 두 번째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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