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이 18일 정부의 삼엄한 경비 속에 전국 6만4000여 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지난해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등 정국 혼란으로 두 차례 연기됐던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을 비롯한 야당 세력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줄곧 제기해 왔다. 테러와 총격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선거 조작 가능성을 일축하고 선거이후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키로 해 20일 최종 개표 결과 발표 뒤에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승리 가능성 높아=이날 선거에서는 5년 임기의 연방 하원의원 269명과 4개 주의 지방의원 570명 등 839명이 결정된다. 하원 의석은 342석이지만 일단 이번에 선출하는 269명과 여성 할당 60석, 비무슬림 소수 종교권 할당 10석 등 339석으로 구성된다. 3개 선거구의 투표는 무기 연기된 상태다.
여론 조사 결과 PPP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등 야당의 지지율이 60∼70%로, 15% 안팎에 그친 무샤라프 대통령의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Q)을 압도하고 있다. 야당은 총선에서 이기면 연립정부를 구성한 뒤 무샤라프 대통령을 탄핵할 계획이다.
AP통신은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PPP 의장이 투표를 마친 뒤 “이기는 것은 운명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가의) 체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어느 쪽이 승리하든 대통령으로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야당이 승리하면 차기 정부 총리는 자르다리 의장이나 마크둠 아민 파힘 부의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르다리 의장보다 파힘 부의장이 총리에 적합하다는 견해가 많다.
파힘 부의장은 부토 전 총리가 8년간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PPP를 이끌었으며 부토 전 총리의 아버지인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 정부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폭력 사태 우려로 투표율이 낮아지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며 “그가 압승한 2002년 총선 당시 투표율은 41%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 투표율도 다수 지역에서 4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폭력 사태 악화, 안전요원 50만 명 배치=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펀자브 주 라호르에서는 총선 후보 지지자들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6명이 숨지는 등 이날 하루 동안 최소 9명이 죽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투표 전날인 17일에도 이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를 포함해 5명이 숨졌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파라치나르 지역에서 열린 부토 전 총리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47명이 숨지고 110여 명이 부상했다.
정부는 군인 8만여 명과 경찰 등 50만 명의 안전요원을 18일 투표장과 거리 곳곳에 배치해 삼엄한 경비를 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삼엄한 경비는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키워 투표율을 낮출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정부의 선거 결과 조작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