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등 외신은 19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Q)의 차우드리 슈자트 후세인 당수가 “선거 결과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 우리는 새 의회에서 야당의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도 파키스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어느 당이 승리하든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19일 전체 272개 선거구 중 257개 선거구를 개표한 결과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85석,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65석을 차지한 반면 PML-Q 및 친여 정당들은 총 57석에 그쳤다고 국영TV는 보도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여당이 패배를 인정한 뒤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임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샤라프 대통령 측은 즉각 이를 거부했다.
현지 영자신문인 ‘더 뉴스’는 부토 전 총리의 아들 빌라왈 자르다리 씨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의 민주주의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복수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야당의 압승을 알리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야당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부토와 샤리프의 이름을 외치며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PPP 측에 총리 자리를 내주고 PML-N과 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하산 아스카리 교수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레임덕을 맞게 될 것”이라며 “그가 두 야당의 결속을 막아 보려 하겠지만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번 총선 결과가 새로 구성되는 파키스탄 정부에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의 협력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다. 그 대가로 미국은 10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하미드 굴 전 파키스탄 정보부장은 “이번 선거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은 파키스탄의 일이 아닌데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느냐”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