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아침 이 신문에 실린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여성 로비스트의 관계에 대한 의혹 제기 보도 때문이었다.
매케인 의원 측은 보도를 정면 부인했고 보수적 논객들은 “좌파의 거대한 음모가 시작됐다”며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뉴욕타임스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밟아 보도했다”며 물러서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폭로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미 공화당 후보 자리를 굳힌 매케인 의원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이단자’로 불리며 골수 보수파로부터 외면당해 온 매케인 의원이 보수파 결집이라는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케인 vs 뉴욕타임스 정면 대결=매케인 의원은 이날 오전 아내 신디 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부적절한 일도, 잘못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여성 로비스트 비키 아이스먼 씨에 대해 “선거자금 모금 행사 등에서 만난 적이 있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편집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기사 자체가 모든 걸 말해 준다”며 “모든 당사자에게 충분하고 공평한 반론 기회를 주었고, 변호사에게 자문해 보도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궁인 진실=의혹의 주인공인 아이스먼 씨는 입을 다물고 있다. 로비회사 ‘알케이드&페이’의 파트너인 그는 1999년 고객사인 통신회사의 이익을 위해 매케인 의원에게 접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알케이드&페이의 케인 페이 대표는 성명을 통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아이스먼 씨는 18년간 성실히 일한 프로이며, 매케인 의원과 관련된 업무는 전문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1999년 아이스먼 씨를 만나 매케인 의원 곁을 떠나라고 종용’한 당사자로 지목한 전직 캠프 선거전략가인 존 위버 씨도 이날 성명을 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이스먼 씨가 매케인 의원과의 친분을 떠들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밝혔다.
▽보수파 대반격=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논평가, 블로거들과 인터넷 언론들은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이미 지난해 12월 드러지리포트가 제기한 낡은 루머들”이라며 “뉴욕타임스 기사는 익명의 취재원에게 의존했고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 이 문제를 취재해 놓고 이제 와서 이를 터뜨린 것은 정략적 의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폭스비즈니스뉴스는 “뉴욕타임스가 쇳소리를 내는 타블로이드 수준으로 스스로를 낮췄다”고 혹평했다.
▽관심의 초점이 된 신디 씨=이날 남편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신디 씨는 차분한 어조로 “뉴욕타임스에 매우 실망했다”고 반복해 말했다. 침착한 어조였고 뒤에 선 매케인 의원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 차가 18세나 나는 두 사람은 1979년 리셉션장에서 만나 열애에 빠졌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매케인 의원은 이혼한 뒤 신디 씨와 재혼했다. 이로 인해 신디 씨는 ‘유부남을 빼앗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또 2000년 대선 때는 상대 후보 진영으로부터 “진통제 중독자”라거나 “혼외정사를 통해 낳은 딸이 있다” 등 흑색선전에 시달리기도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