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선 “상승세 계속” 느긋
중국 증시 급락으로 중국 펀드에 20조 원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일 중국 상하이(上海) 자오상(招商)증권 객장. 200여 대의 컴퓨터가 놓인 좌석은 투자자들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주가를 확인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금융자산의 70%가량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왕페이허(王培鶴·48) 씨는 “올해 들어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시장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며 “주식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분석가들과 투자자들은 중국의 고물가, 미국 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 증시의 거품 등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를 염려한다. 하지만 홍콩과 중국 현지의 분석가들과 투자자의 대다수는 중국 경제의 고성장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증시 상승세 역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누구의 예측이 맞는지는 시간이 가려 줄 것이다. 그 시기는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발표되거나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증시에 대한 온도 차이
하지만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중국 증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25일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20.32%, 홍콩 항셍지수는 16.34%가 각각 하락했다. 자오상증권 자오젠싱(趙建興) 연구원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이익이 200% 늘었으며 같은 기간 상하이선전300지수는 500% 올랐다”며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할 토대는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루신원(魯信文)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으로 현금이 필요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2분기(4∼6월)에 부실에 따른 손실 규모가 드러나면서 매도세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해 최고점 돌파는 어렵다
자오상증권은 올해 상하이종합지수는 4,000∼6,000, 항셍지수는 21,000∼27,000, H지수는 11,000∼17,000 범위에서 각각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루 연구위원은 “올해 증시가 최고점을 다시 돌파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반기에 회복된 후 앞으로 3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증시 호재 요인으로 △기업의 고속 성장 △고급 노동인력의 증가 △생산성 증가 △공업화 도시화로 인한 소비 촉진 등을 꼽았다.
대기 자금이 풍부한 것도 호재.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는 상하이와 선전(深(수,천)) 증시의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적격투자자(QFII)의 전체 투자 규모를 1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확대했다.
루 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예금 24조 위안 중 1조 위안이 증시로 유입됐다”며 “현재 6억여 명인 도시인구 중 25%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자인구 비율은 해마다 1%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증시의 경우 본토 개인의 홍콩증시 투자가 허용되면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 수출 성장세 지속 여부가 관건
중국 본토 이외에 중국 기업 분석가를 가장 많이 두고 있는 홍콩의 증권사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종목별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견해이다.
UBS증권 니콜 위안 중국증권부문총책임자는 “거품 논란은 업종별로 따져 봐야 한다”며 “금융, 철강, 석탄 업종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지만 소비재와 운수 업종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증시 수급 상황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거나 선물(先物)시장이 개장돼 변동성이 커질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
UBS증권의 한 분석가는 “수출 부진으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면 중국 국내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기업 이익 증가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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