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콩 정부의 재정 흑자는 총 1156억 홍콩달러(약 14조 원)에 이른다. 중국의 경기 호황으로 6.3%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데다 39%나 뛰어오른 증시와 부동산 활황 덕분에 세수 확보가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따라 존 창(曾俊華) 홍콩 재정사장(경제부총리 격)은 27일 재정 흑자 가운데 30%가 넘는 약 353억 홍콩달러(약 4조2487억 원)를 개인 소득세와 기업의 사업등록비 등을 깎아 주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의 이번 감세 조치로 재산세와 소득세 부담이 75%가량 감소할 전망이어서 1인당 최대 2만5000홍콩달러(약 300만 원)의 감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이윤에 부과하던 세금도 종전의 17.5%에서 16.5%로 줄일 예정이다.
창 재정사장은 이번 감세는 일회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수준에서 방어적으로 예산을 관리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일부 우려를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세 조치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홍콩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홍콩의 법인세는 경쟁국인 싱가포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창 재정사장은 또 그동안 와인과 맥주에 부과했던 80%의 주류세와 호텔 숙박료에 붙던 세금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홍콩을 최근 아시아에서 급성장하는 와인시장의 허브로 만들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