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농약 만두’ 감정싸움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중국산 ‘농약 만두’ 사건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공방전이 국가 간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월 말 일본에서 시판된 중국산 만두에서 살충제 성분인 메타미도포스가 검출되면서 시작된 중-일 간 공방전은 지난달 28일 중국 경찰당국이 사건 뒤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중국 공안부 형사정사국의 위신민(余新民) 부국장은 이날 이 사건을 잔류 농약이 원인이 아닌 인위적인 사건으로 단정하고 메타미도포스가 중국 내에서 투입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지금까지 나온 일본 측의 견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를 전해 들은 일본 측은 “중국이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봉인하려 한다”며 격앙했다. 정부 각료들도 29일 즉각 반격에 나섰다.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법무상은 “일본 경찰과 후생성이 조사를 하고 있는데 (중국 측이 중국 내 투입 가능성을) 정면 부정하고 나선 것은 슬픈 일”이라며 “(중국 측이) 올림픽을 앞두고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도 “우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지금 단계에서 발표가 이뤄진 것은 어찌된 일이냐”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 사건을 취재하던 일본 교도통신의 베이징(北京) 특파원이 메타미도포스를 구입해 휴대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끌려가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양국 간 감정 악화에 불을 질렀다. 이 사건은 위 부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가 위법행위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 특파원은 지난달 15일 문제의 냉동만두를 만든 허베이(河北) 성 소재 톈양(天洋)식품을 취재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가던 중 공안에 붙잡혔다. 교도통신은 “중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메타미도포스를 개인이 구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문제의 만두에 독을 넣은 일본인 기자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 반일(反日) 감정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감정 다툼이 4월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국 외교당국은 이 문제를 의제로 삼지 말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지만 사태가 악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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