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보호’ 명목 보호주의 색채 강화
일본이 외국 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보호주의’ 장벽을 갈수록 높여 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가운데 외국인 소유 기업의 비율이 28%를 넘은 뒤부터 일본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이른바 ‘철의 삼각형’을 구성해 외국 자본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일본 정부는 최근 도쿄하네다(羽田) 공항 시설물의 20%를 소유한 호주 맥쿼리 은행이 더는 지분을 늘리지 못하도록 외국인 지분 투자 제한을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 자본이 공항의 운영권을 장악하면 비상시에 정부 정책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있고 충분한 기반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일본 정부가 공항의 주요 시설물과 활주로 등을 이미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안전을 위한 조치는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10%로 제한한 기업 수를 확대했다. 400개 이상의 일본 상장 기업이 원치 않는 투자자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도록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독약 처방(포이즌 필)’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사설 싱크탱크의 모임에서는 “회사의 이사회가 20%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의 투표권을 빼앗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조치들은 2010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을 지금의 2배인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이 이처럼 외국 자본에 우려를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일본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한꺼번에 낯선 이름의 외국 자본이 일본에 몰려들면서부터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적대적이거나 차별을 둔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외국 자본이 일본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반감이 분명히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