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을 기점으로 100만 유권자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진정한 변화의 대열에 동참했습니다.”(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오바마 후보가 190만 달러의 광고비를 사용했습니다. 24시간 이내에 같은 금액을 모금할 수 있도록 정치헌금을 보내 주십시오.”(빌 클린턴 전 대통령)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격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바마 후보 캠프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 측이 지난달 28일 각기 홈페이지에 등록한 잠재적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의 일부다.
오바마 후보는 e메일에서 “선거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5달러, 10달러씩 자발적으로 낸 지지자들의 수가 드디어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아직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지 못한 100만 명의 지지자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4일의 프라이머리(예비경선) 전에 100만 명에게 전화 걸기 운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풀뿌리 선거운동’ 방식이다.
반면 힐러리 후보 측은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을 내세워 “우리가 130만 달러를 모금하는 동안 오바마 후보는 190만 달러어치의 방송광고 시간을 구매했다”며 “힐러리 후보가 4일 프라이머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추가 모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신이 이 시점에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전화기를 들어 몇 통의 전화를 거느냐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론 전직 대통령인 남편을 이용한 일종의 ‘고공(高空) 플레이’ 느낌이 든다.
2일에도 양대 진영은 유사해 보이지만 성격이 다른 e메일 선거전을 펼쳤다.
힐러리 후보는 “48시간 내에 기부자 3만 명을 확보했으니 이제는 72시간 내에 5만 명 기부금 제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자”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지난주에 지지자들이 이미 70만 통 이상의 전화를 걸었다”며 애리조나 주에 사는 ‘디디’라고 소개한 부동층 유권자가 지지자의 전화를 받고 마음을 바꾼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의 메시지도 두 캠프의 대조적인 선거운동 스타일을 잘 보여줬다.
힐러리 후보는 이날 e메일에서 “오늘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위스콘신 프라이머리에서 4 대 1의 비율로 오바마 후보의 TV 광고비가 많았다는 점”이라며 “3월 4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금 즉시 기부금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여러분의 참여는 워싱턴 내부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정치 과정에 당신들과 같은 일반인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당신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