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추밀원, 전재산 헌납 판결… 7명 아내와 신세 한탄
‘부호 중의 부호’로 꼽혀 온 브루나이의 제프리 볼키아(53) 왕자가 공금 횡령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동생인 제프리 왕자는 세계 각국의 맨션과 호텔 소유권 외에도 1700대가 넘는 고급 승용차와 요트를 보유해 왔다. 1990년대에는 투자청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10년 전 하사날 국왕이 왕실 재정의 회계 감사를 벌인 뒤 동생 제프리 왕자가 수년 동안 148억 달러(약 14조 원)를 횡령했다고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제프리 왕자는 투자청의 공금을 빼돌려 4억7500만 달러 상당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구입하고 영국 보석회사인 ‘아스프레이’에서 9억 달러의 보석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1993년 매입한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 계약에도 투자청의 공금이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이 횡령한 돈으로 제프리 왕자는 배드민턴 코치와 침술가에게 180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건네는 등 ‘후한’ 인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동생의 범죄 사실이 드러난 뒤 하사날 국왕은 전 세계에 있는 동생의 재산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려 힘을 쏟아 왔다. 2000년 5월 제프리 왕자는 기소를 피하기 위해 재산 대부분을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영연방 국가들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영국 추밀원의 판결에 따라 제프리 왕자는 전 재산을 브루나이 정부에 헌납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제프리 왕자는 재산 중 가장 가치 있는 55층짜리 뉴욕 팰리스 호텔의 소유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그는 “하사날 국왕도 조사 이전에 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특별 송금’이라는 형태로 공금을 횡령해 왔다”고 말해 ‘물귀신 작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제프리 왕자는 7명의 아내와 자녀 18명의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