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케인 공화당 후보 확정 4일 미국 대통령선거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본선 경쟁력 차원에서 장단점이 너무도 분명한 정치인이다. 평생 실천으로 보여준 감동적인 애국심, 지조와 소신, 경륜 등 숱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될 72세라는 나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반대 △핵심 보수층을 등 돌리게 한 무당파적 성향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직선적인 성격 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매케인 후보에겐 상대가 누가 되든 각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또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매케인과 민주당 후보의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겐 4%가량 뒤지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겐 2% 가량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4일 매케인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뒤 라스무센이 실시한 조사에선 오바마 후보에겐 47% 대 44%로, 힐러리 후보에겐 47% 대 46%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매케인 후보에겐 본선의 주요 이슈가 될 이라크전쟁 문제 등에 대처하는데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후보보다 쉬운 상대가 될 것이라며, 매케인 후보가 만약 4일 민주당 경선에 투표했다면 오바마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민주당 측은 두 사람의 대결을 신구 세대, 낡음과 새로움, 조지 W 부시 행정부 유산의 계승과 단절이라는 대결 국면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매케인 후보의 운명을 좌우할 큰 변수는 이라크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안정돼 가는 이라크 상황이 다시 악화될 경우 그의 '철군 반대' 소신은 다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일로였던 2006년과 지난해 초 매케인 후보의 인기는 공화당 후보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여전히 매케인 후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공화당 정통 보수파의 마음을 돌려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그가 극복해야 할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부시 대통령은 5일 매케인 지지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공화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공화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아닌 경우는 최근 수십 년간 매케인 후보가 처음이다. 그런 만큼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여건은 좋지만 핵심 보수파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부시 대통령의 지지선언을 반길 수밖에 없다. 매케인 후보는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1967년 10월 격추돼 포로로 잡혔다. 베트콩 측은 미국 측에 그의 석방을 제안했지만 그는 '위험지역에 동료보다 먼저 들어가고 늦게 나온다'는 군인 행동수칙을 내세워 특혜 석방을 거부했다. 1973년 3월 파리평화협정에 따라 석방돼 전쟁영웅 칭호를 받으며 돌아왔지만 전쟁 부상 회복에 전념하느라 진급이 늦어졌고 가정생활은 불화를 겪었다. 그는 1979년 만난 18세 연하인 교사 출신 신디 헨슬리와 사랑에 빠져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1981년 대령으로 퇴역한 뒤 재혼한 처가의 기반이 있는 애리조나 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해 정치에 입문했고 이후 상원의원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그에 대한 보수파의 불만은 그가 불법이민 감세 정치자금개혁 등의 이슈에서 민주당 쪽에 가까운 정책을 주도해 온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는 총기소유 자유무역 사형제 등 쟁점에서 매우 보수적인 정책성향을 보여 왔다. 오스틴(텍사스주)=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