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밥’ 인주로 뉴욕서 전시회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박유아(사진) 씨가 인주(印朱)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박 씨는 7일부터 29일까지 뉴욕 맨해튼 존 첼시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반투명의 비닐 화폭에 인주를 이용해 그린 ‘레드 페인팅’ 100여 개를 내놓았다.

도장을 찍는 데 사용하는 인주는 일반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경면주사’라는 광물질에 들기름, 솜을 넣어서 만든다. 미술계에서는 ‘낯선’ 이 재료를 그가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주가 동양에서는 도장을 찍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강한 ‘구속력’을 상징한다는 점, 그리고 주술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인주는 물감과는 달라 기교를 부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좋았습니다.”

그는 인주를 활용해 인간을, 그리고 관계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100여 개의 작품은 그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난 100명과의 관계를 상징한다. 작품들은 인주 특유의 붉은색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반투명 비닐은 만지면 마치 사람의 피부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붓을 쓰지 않고 부모님이 주신 손가락으로 일일이 그렸는데, 지금까지 제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일일이 반추하면서 작품을 제작했지요.”

이번 전시회에서 박 씨는 직경이 최대 80cm에 이르는 밥그릇 자기(瓷器) 13개를 이용해 만든 작품 ‘최후의 만찬’도 내놓았다. “종교도 결국은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조건인 ‘밥을 먹이는 행위’로 귀결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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