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日은 공적원조, 中은 화교-금융…韓의 亞공략 카드는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日-中 패권경쟁 치열한 亞 신흥시장 잔반처리조 될 수도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중-일 간 패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이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 지역을 선점해 온 일본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진 상황. 중국은 국경무역과 제조업 경쟁력을 통해 세력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도에서 한국 기업들이 ‘들러리’로 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투자 전략에서도 일본과 중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 측면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중국보다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일본 기업들은 단일 국가에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생산 분업 체제 속에서 아시아 지역 전략을 세운다. 아시아 각지의 생산 분업을 통해 최대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다.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역내 국가뿐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수출해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을 추구한다.

일본 정부의 지원활동도 무시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는 주로 현지 정부가 손대기 힘든 대규모 사회간접 자원 확충에 적용된다. ODA는 특히 부패와 관료주의 등 정치적 리스크로부터 일본 기업들을 지키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중앙아시아같이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는 지역에서조차 정부 차원의 ODA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진출 환경을 성숙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최근 급속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동남아시아에는 실질적인 대중화 경제권의 영향력 확대로(대부분 지역에서는 화교 기업이 파트너다),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에는 송유관 및 가스관 건설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 대부분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 은행들이 현지 금융회사들을 과감하게 인수합병하거나 지분 투자를 함으로써 지역 내 경제에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 지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아시아 경제권의 새로운 축이 될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주도권을 자칫하면 일본과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잔반 처리조’란 자조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더 적극적인 대응을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상훈 노무라종합연구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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