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국 조지타운대의 한 교수는 지인들에게 보낸 그룹 e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표현처럼 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경선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거의 연일 설화(舌禍)가 터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가 백인 남성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힐러리 클린턴 캠프 간부인 제럴딘 페라로 전 부통령 후보)이란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오바마 상원의원 쪽이 수세에 몰렸다.
20년째 오바마 의원이 다니고 있는 교회의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가 설교에서 미국 사회를 향해 퍼부어 온 거친 발언들이 공개된 것.
ABC방송은 라이트 목사가 교회에서 판매하는 설교 테이프들을 분석한 뒤 13일 방영했다.
그는 2003년 한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마약을 줬고 더 큰 감옥을 지어 줬다. 그러고는 우리가 ‘갓 블레스 아메리카(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고 노래 부르길 바란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갓 뎀 아메리카(망할 ×의 미국)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우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갓 뎀 아메리카다.”
2001년 9·11테러 직후엔 미국이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인종 문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미국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올 만한 발언도 많았다.
“오바마는 정형(모델)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백인이, 부자가, 특권층이 아니기 때문에 미움 받는다” “힐러리는 니거(흑인을 비하하는 표현)라고 불린 적이 없다” “빌 클린턴은 우리에게 잘해 줬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빌은 모니카 르윈스키에게 했듯이 우리에게 한 거다.”
이런 내용이 방영되자 “오바마가 진정으로 인종적 대결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미 오래전에 다른 교회를 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오바마 후보는 이달 초 유대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라이트 목사에 대해 “나이 드신 삼촌 같은 분인데, 누구나 가족 중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 분이 계시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라이트 목사는 지난해 말 오바마 캠프가 후원 세력으로 발표한 ‘아프리칸 아메리칸 종교지도자 위원회’에 전국 지도자로 올라 있다. 오바마 후보의 결혼식 주례를 서 줬고 두 딸에게 세례를 주기도 한 라이트 목사의 발언 파문에 오바마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거리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