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집권2기 ‘티베트 먹구름’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뉴욕 팻말시위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이 15일 ‘중국은 인권을 탄압하는 폭력 종목에서 금메달감’이라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뉴욕 팻말시위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이 15일 ‘중국은 인권을 탄압하는 폭력 종목에서 금메달감’이라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학살 중단하라”티베트인 망명자들이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학살 중단’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는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학살 중단하라”
티베트인 망명자들이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학살 중단’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는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정신 죽는다”스위스 취리히에서 15일 열린 티베트 분리 독립 요구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올림픽 정신은 중국에서 죽는다’는 문장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정신 죽는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15일 열린 티베트 분리 독립 요구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올림픽 정신은 중국에서 죽는다’는 문장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中언론 시위진압 크게 보도… 새 지도부 출범 빛바래

물가안정 등 과제 산적… 5년간 정치행로 험난 예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국가 지도부가 16일 공식 출범했다.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대는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대 제11기 1차 회의 제6차 전체회의를 열고 원 총리를 재선출했다. 이에 앞서 15일 전국인대는 제5차 회의에서 후 국가주석과 우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을 각각 재선출했다.

후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티베트의 중심도시 라싸(拉薩)에서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앞으로 새 지도부의 정치행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 등 중국의 국영 매체들은 새 지도부 출범을 대서특필했으나 외신들은 중국의 티베트 시위 유혈 진압을 비중 있게 보도해 새 지도부 선출 소식은 빛이 바랬다.

중국의 새 지도부 앞에는 또 올해 8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폭등하는 물가를 잡고 과열된 경기를 안정시켜야 하는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권력서열 5위)이 15일 국가부주석으로 공식 선출됐다. 이에 따라 시 상무위원은 서열 6위인 리커창(李克强) 상무위원과의 차세대 후계 경쟁에서 우세를 더욱 굳혔다. 다만 시 상무위원은 국가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해 17일 국무원 상무부총리에 선출될 리 상무위원과의 후계자 경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올해 나이 제한에 걸려 퇴임하는 차오강촨(曹剛川·73) 국방부장은 국가중앙군사위 부주석에서 제외됐고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두 정치국 위원은 부주석 자리에 그대로 유임됐다.

최고인민검찰원장에는 차오젠밍(曹建明)이, 최고인민법원장에는 왕성쥔(王勝俊) 중앙정법위 비서장이 각각 선출됐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中무력진압 중단… 평화적 해결을”

세계 곳곳 티베트 지지 시위▼

티베트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의 여파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망명 중인 인도 북부를 포함해 티베트와 인접한 네팔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티베트인 1000여 명이 16일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70여 명은 한 사원에서 ‘티베트는 절규하고, 중국은 학살하고, 유엔은 잠자고 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네팔 카트만두에서 14일 티베트 승려 등 1000여 명이 중국대사관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또 티베트인들은 14,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워싱턴 중국대사관, 스위스 취리히 등 세계 각국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며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좀 더 자제심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중국이 달라이 라마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부대변인은 모든 관련자가 폭력을 피할 것을 강조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는 티베트 사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독자적 조사를 주문했다.

한편 중국 당국의 강경한 무력 진압은 불과 사흘 전 ‘2007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악의 인권 위반국’ 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베이징 올림픽 ‘빨간불’

“中, 티베트 무력진압 계속 땐 보이콧”

국제 인권단체 IOC에 강경대응 촉구 ▼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독립 시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경 무력진압에 나서면서 올해 8월에 열리는 베이징(北京) 올림픽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I) 등 인권단체들은 최근 중국이 석유를 수입하는 대가로 수단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다르푸르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 거부를 주장해 왔다. 따라서 티베트 사태가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본격적인 베이징 올림픽 거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DPA통신은 15일 “인권단체들이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며 “이들은 티베트 사태가 베이징 올림픽 거부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의 추종자인 미국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이 티베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OC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베이징 올림픽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16일 AP통신에 “티베트 사태와 연관지어 베이징 올림픽을 거부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죄 없는 운동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은 “일부 스포츠 스타가 베이징 올림픽 참가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에게 참석 결정을 내리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거부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중국은 좋은 올림픽 개최국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DPA통신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개최 하루 전 멕시코 정부가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를 사살했을 때도 IOC가 올림픽을 강행했다며 IOC는 베이징 올림픽 거부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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