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전한 티베트 라싸 표정 시위대 호텔 옥상에 도피… 생필품 공급 끊겨 주민들 집안서 꼼짝안해… 대대적 검거 걱정 “시위대에 17일 밤까지 투항하라고 한 중국 당국의 최후통첩 시간이 다가오면서 라싸(拉薩)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방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티베트 라싸에 머물고 있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제임스 마일스 중국 특파원이 17일 이코노미스트와 일간 더 타임스에 전한 현지 소식이다. 그는 유혈 사태가 나기 전 라싸를 방문한 덕에 중국 정부의 외국인 출입 통제를 피할 수 있었다. ▽적막 속에 치솟는 공포감=마일스 기자는 “총으로 무장한 진압군은 좁은 골목길까지 수색하고 있다”며 “겁먹은 주민들은 옥상에 올라가면 총에 맞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집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있지만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수준의 대형 충돌은 아니어서 이를 믿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주민들은 최후통첩 시간이 지난 뒤 대대적인 무차별 검거 작전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위가 처음 발생한 14일만 해도 진압군의 규모는 작았고 15일에도 일부 시위대는 한족 가게만을 골라 공격하고 약탈한 물건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압군이 점차 늘어나면서 시위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초기에만 해도 총을 들지 않은 진압군을 향해 돌을 던졌지만 진압군의 최루탄 공격이 시작되면서 대열이 무너져 내렸다. 특히 15일부터 진압군이 곤봉 대신 총을 잡으면서 시내에서는 총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는 “현장 상황을 좀 더 잘 지켜보기 위해 호텔 주변의 골목에 나서자 한 군인이 총부리를 겨눴다”고 오싹했던 상황을 전했다. 진압군에 쫓긴 일부 시위대는 옆 건물 옥상 등에 올라가 도망쳤다. 마일스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의 옥상으로도 도피해왔다. ▽생필품 구입이 쉽지 않은 시내 표정=당국이 통제력을 회복한 것은 16일부터였다. 티베트 여성 2명이 진압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호텔 옥상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잡혀가는 것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고 마일스 기자는 적었다. 그는 “주민들을 굶어죽게 하지 않으려면 생필품 공급이 절실하다”며 “당국이 생필품 구매자의 이동을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지만 그게 언제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일단 치안이 확보됐다는 판단을 내린 듯 중국 외교부 관리가 16일 마일스 기자를 찾아왔다. 이들은 마일스 기자에게 떠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라싸를 떠나는 비행기 편을 알아봐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는 “진압군의 주둔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집안에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갖고 있던 많은 티베트인이 이번 사태로 그의 사진을 감추느라 애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