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침체 장기화? 금융불안 실물로 번질땐 수출국 직격탄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주가지수선물 거래를 담당하는 한 트레이더가 17일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두 손을 머리에 얹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용 위기에 이어 유동성 위기가 더해지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주가지수선물 거래를 담당하는 한 트레이더가 17일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두 손을 머리에 얹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용 위기에 이어 유동성 위기가 더해지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미국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발(發)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시장에선 “위기의 끝은 멀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미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기 장기 침체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이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있다.》

○ 엇갈리는 지표들

18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가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베어스턴스 사태로 고조된 금융시장의 불안은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상무부는 2월 중 착공된 미국의 주택이 106만5000채로 1월에 비해 0.6% 줄고 주택건설 선행지수인 건축허가는 97만8000채로 전월에 비해 7.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주택경기 불황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정확한 부실 규모가 아직도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채권으로 손실 처리한 채권은 1500억 달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금융권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2850억 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대형 보험회사 등을 포함할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이 전 세계를 통틀어 8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17일 발표했다. 일부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엠파이어스테이트제조업지수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시장의 위기는 실물 부문으로 차츰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낙관론자 지고 비관론자 뜬다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애비 조지프 코언 골드만삭스 수석투자전략가는 17일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지수 전망에서 손을 뗐다. 직함도 선임투자전략가로 강등됐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7일 경제 격주간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 차원의 긴급 구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7일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미 정부가 적극 개입할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지만 과연 미국 경제의 먹구름을 몰아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 전 세계에 ‘도미노’ 올까

금융산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파급효과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진다는 점. FRB와 재무부가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저녁까지 베어스턴스 매각 협상을 마무리한 것도 아시아 주요 증시 개장시간 이전에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18일 아시아에선 중국 증시를 제외한 주요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고 유럽 각국의 증시도 오전 중 급등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일단 약효를 발휘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진입할 경우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미(對美) 수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게 돼 미국의 경기 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가 미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기 추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베어스턴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위기가 대서양을 넘어 유럽 은행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국가별로 규제 당국의 책임과 역할의 한계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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