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티베트(중국명 시짱·西藏) 유혈 사태 발생 엿새째인 19일 중국 정부는 사태의 진원지인 티베트의 중심 도시 라싸(拉薩)에서 대대적인 시위대 색출 작전을 계속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신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있어 무성한 추측과 소문만 커지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무차별 검거와 총격” vs “전혀 사실 무근”=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날 “중국 경찰이 18일에도 티베트 인근 쓰촨(四川) 성 카르제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망명정부 건물에 총에 맞아 숨진 시위대의 사진을 전시해 놓고 ‘명백한 학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가 라싸에서 옛 정치범과 가족들에 대한 표적 검거에 나서 수백 명을 잡아갔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경찰이 시위 가담자 1000여 명을 붙잡아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고교가 정상 수업에 들어가고 대부분의 상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라싸가 안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통신은 공안 관계자가 “라싸에서 총격과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는 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장칭리(張慶黎) 중국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이날 원격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달라이 라마 집단과 피비린내 나는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강경 진압을 선언했다. 홍콩 원후이보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2차 포고령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 “배후 조종한 적 없다”=달라이 라마는 19일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이 나를 이번 사태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한 만큼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믿을 만한 기구에 맡겨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청년 의회’ 등 급진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자신의 비폭력 투쟁 노선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독립을 지원하지 않고 폭력행위를 단념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그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브라운 총리가 전했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폭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시킬 뿐”이라며 “모든 관련 당사자가 대화와 관용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베이징 올림픽 개막행사 거부’를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 논의 주제로 제안했던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19일 “그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비현실적이다”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